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 상당수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소송이나 행정 절차상의 문제로 조합설립인가가 무효가 되면 이미 받아둔 동의서를 다시 써야 하는지가 큰 쟁점이 돼요. 이 문제를 규정한 조항이 바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37조, 동의서 재사용의 특례예요.
도시정비법 시행령 37조가 다루는 핵심 내용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37조는 조합설립인가(변경인가 포함)를 받은 이후 그 인가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이미 제출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정한 조항이에요. 정비사업은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동의 절차 자체를 처음부터 반복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재사용 특례가 마련된 거예요.
이 조항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황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또는 취소를 다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동의서 일부를 추가하거나 보완해서 변경인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예요. 둘째는 법원 판결로 조합설립인가의 무효나 취소가 최종 확정된 뒤, 조합이 설립인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예요.
즉 인가가 통째로 무효가 되더라도 하자와 무관한, 즉 동의 의사에 다툼이 없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는 재사용할 수 있게 해서 정비사업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을 막아주는 구제 장치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동의서 재사용이 필요해지는 하자 유형
시행령 37조가 상정하는 하자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요. 서명이 위조되었다는 다툼이 있는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동의를 이미 철회한 경우, 법에서 정한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그리고 동의자 수를 계산하는 방법 자체에 오류나 결함이 있는 경우예요.
- 서명 위조 다툼 — 동의서에 서명한 사람이 본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해당 동의서의 효력이 법적으로 다투어지는 경우예요.
- 동의 철회 — 처음에는 동의했지만 이후 토지등소유자가 동의 의사를 철회한 경우로, 철회 시점과 절차의 적법성이 쟁점이 돼요.
- 동의율 미달 — 법령상 요구되는 최소 동의 비율(정비구역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예요.
- 산정 방법의 하자 — 공유자나 대표소유자 산정처럼 동의자 수를 세는 계산 방식 자체에 법령 위반이 있는 경우예요.
이런 하자가 확인되면 조합설립인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 이때 하자와 무관한 나머지 동의서까지 전부 무효로 처리해 처음부터 다시 받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단에서 재사용 특례가 만들어졌어요.
동의서를 재사용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조합이 기존 동의서를 재사용하려면 임의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토지등소유자에게 재사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해요. 조합은 기존 동의서를 다시 사용하겠다는 뜻과 그 절차, 그리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토지등소유자에게 설명하고 통지해야 해요.
이 통지를 받은 토지등소유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돼요. 만약 이의 제기 없이 기간이 지나면 기존 동의는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다뤄지고, 조합은 이 동의서를 근거로 변경인가나 재인가를 신청할 수 있어요. 반대로 이의가 제기된 동의서는 재사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새로 동의를 받아야 해요.
이런 절차를 두는 이유는 동의서 재사용이 조합의 편의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과 의사결정권을 함께 보호하기 위한 균형 장치이기 때문이에요. 통지·설명·이의제기라는 세 단계를 거치면서 토지등소유자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동의 여부를 다시 확인할 기회를 갖게 되는 거예요.
실무에서 이 조항이 문제되는 경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이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되면 조합원들의 금융비용과 사업 지연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소송 중이라도 동의서를 보완해 변경인가를 다시 받아 사업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자주 나타나요.
이 과정에서 시행령 37조에 따른 통지·이의제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재사용된 동의서를 근거로 한 변경인가 자체가 다시 위법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래서 조합 실무에서는 동의서 재사용 여부를 결정할 때 법무 검토를 거쳐 통지 문구와 이의제기 기간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요.
조합원이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정비사업 조합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낸 동의서가 재사용 절차의 대상이 되었는지, 그리고 통지를 실제로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통지를 받지 못했거나 통지 내용이 불충분했다면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한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조합이 정한 이의제기 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해요. 기간이 지나면 기존 동의가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동의 의사에 변화가 있는 조합원이라면 통지를 받는 즉시 기간 내에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안전해요. 결국 시행령 37조는 조합의 사업 지속성과 조합원 개개인의 의사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를 절차적으로 조율하는 조항이라고 이해하면 돼요.